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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의 미래

AI를 쓰면 뭐가 좋은가요?

2025.12.01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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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는 'AI-네이티브(Native) 정부'를 지향한다…명심해야 할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버넌스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당신의 AI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패한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2019년 7월 탈북한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시점을 2개월 전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상 모자가 굶어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세 모녀가 생활고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의 대상이었지만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전형적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송파구청 측은 "동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발굴하는데 박 씨 모녀는 직접 신청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은 이런 가족들을 구해줄 수 있다. 소득, 재산, 건강보험, 고용 등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통합해서 분석하면 AI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발굴할 수 있다. 복지사가 찾아가서 '사정이 아주 어려워지실 것 같은데, 이런저런 혜택이 있으니 받으시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산불은 해마다 나고, 그 규모는 매년 커진다. 여름이면 남해에 적조가 들이닥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이 물에 잠긴다. 기상청, 소방청, 지자체 곳곳에 이리저리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하면 AI가 거들 수 있다. 과거 재난 발생 패턴, 실시간 기상 정보, 시설물 노후도 데이터를 AI가 결합 분석하면, 재난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과 시간을 정교하게 예측하고 사전 예방 조치를 지원할 수 있다.

청년들이 해마다 전세사기로 고통을 겪는다. 투기꾼이 갭투자로 수백 채를 사들이다 파산하면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강남에선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척하며 허위거래로 호가를 올린다.

부동산 등기데이터, 부동산 거래데이터, 국세청 세금신고 데이터, 도시계획과 개발정보를 통합하면 AI가 부동산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시장의 위험(전세사기, 다중담보, 허위거래)은 소유와 점유, 담보와 임대, 금융 데이터의 단절에서 발생한다. 이들을 통합하면 AI는 위법 의심 거래를 자동 추출하고, 다중담보와 전세사기를 바로 잡아낼 수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고 내용과 무관함.(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고 내용과 무관함.(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정감사 철이면 국회로 엄청난 종이 서류들이 들어간다.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들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1톤(t) 트럭이 필요해 보이는 곳들도 있다. 다 읽을까? 디지털의 시대에 굳이 그 많은 종이를 그렇게 낭비해야 할까? 똑같은 자료를 의원실마다 종이로 받아보아야 할까?

정부-국회 문서 유통을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으로 일원화하면 AI가 의원들을 도울 수 있다. 문서의 핵심을 요약해 주고, 관련해 국회에서 있었던 과거의 질의와 답변을 정리해 줄 수 있다. 그 질문과 답변에 이어서 올해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 지를 조언해 주고, 관련한 해외 사례를 알려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오간 모든 내용이 다시 의정을 돕는 AI의 학습에 쓰이게 된다. 아주 훌륭한 되먹임 구조다. 

AI시대 맞는 '거버넌스'가 우선이다

자, 이제 위의 글을 다시 읽어보자. 무엇이 눈에 띄는가? 그렇다. 데이터 통합! 이곳저곳에 구슬처럼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하나로 꿰지 못하면 AI는 힘을 쓰지 못한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각 부처가 사일로처럼 '이것은 우리 부처의 고유권한이니 건드릴 수 없다'를 되뇌는 순간 AI는 아주 비싼 장식품이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나온 최근 리포트는 AI 프로젝트의 95%가 실패했다고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략 부재: 많은 기업이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나 투자성과(ROI) 기준 없이 유행처럼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통합 및 워크플로: 기존의 조직과 업무 관행을 바꾸지 않은 채 무턱대고 AI를 얹으려고 했다.
데이터 준비 부족: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품질의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았다.
인력 및 문화적 요인: 기술 격차, 직원들의 저항, AI 활용에 대한 조직 문화적 장벽 등 인적 요소들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AI-네이티브(Native) 정부'를 지향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걸 그대로 둔채 AI를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처럼 얹어서는 될 리가 없다. 거버넌스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당신의 AI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패한다.

박태웅

◆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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