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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이재명표 '실용 외교' 진면목 볼 기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이재명표 실용 외교의 진면목이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와 국익 외교의 입장에서 진영이나 이념에 끌려가기보다는 역내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신중하고도 균형 잡힌 견해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13일부터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만남은 작년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의 회담과 11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회의 시의 대면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되는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은 정상 간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불과 2개월 반 만에 조기 개최된다는 점과 그 장소가 다카이치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로 정해졌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나라현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3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다카이치 총리의 '타이완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시기에, 그것도 역사적인 한중 정상회담 개최로부터 불과 1주일 후에 한일의 두 정상이 무릎을 마주하게 돼 한일 양국은 물론 중국, 미국도 이 회담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며 격동하는 역내 정세 속에서 과연 한국이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를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나라는 약 1500년 전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인연이 깊었던 곳으로 양국 간 문화교류, 협력의 상징적 장소다. 실제로 호류지(法隆寺), 도다이지(東大寺) 등 나라의 대표적 유적들은 백제계 도래인을 비롯한 고대 한반도인들의 문화 예술적 숨결이 느껴지는 유서 깊은 곳이다. 여기에서 양 정상은 교류 협력의 역사를 기억하며 21세기 한일 관계의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또한 정상회담을 관서 지방의 나라에서 개최하는 것 자체가 수도권 집중을 지양하고 지방 창생 및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의미도 지니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나 손뼉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있다.2025.11.23.(사진=청와대 제공)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어젠다는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긴박한 중일 대립을 비롯한 역내 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최고의 환대를 베풀며 '올바른 선택'을 요청했다.
전격적인 대일 희토류 금수조치를 취하고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소환하며 한중 연대를 강조했다. 아마도 방일 중,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한일 공조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한편, 희토류 금수조치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공동전선 구축을 종용할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 이재명표 실용 외교의 진면목이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와 국익 외교의 입장에서 진영이나 이념에 끌려가기보다는 역내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신중하고도 균형 잡힌 견해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2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흐름은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보호주의 무역, 공급망 재편, 자원민족주의 확산 등 경제 안보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영토의 확대를 의미하는 CPTTP 가입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 가입을 위해선 12개국의 회원국을 주도하는 일본의 적극적인 자세와 협조가 요구된다. CPTPP 한국 가입은 한일경제공동체 실현으로 가는 제1보가 될 것이다.
셋째, 과거사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과거사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세이(長生) 탄광 문제가 당면 이슈다. 조세이 탄광 문제란 1942년 야마구치현 소재 탄광 매몰 사고에서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 유해 발굴 및 DNA 감식을 위한 '역사화해 사업'에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문제다.
정상 간 신뢰와 대화로 진전을 이룬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 모델로 평가될 것이며, 대일 투 트랙 접근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원칙과도 부합할 것이다.
넷째, 민생협력의 강화와 교류 촉진을 위한 사회경제적 협력 방안의 도출이다. 지식 재산 보호,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을 다루고 교류 확대를 위한 방책도 모색할 것이다.
더불어 인구문제, 수도권 집중 문제 등 한일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 과제에 대한 대처를 위한 공동 노력 문제도 테이블에 오른다. 이 어젠다는 일회성 의제라기보다는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 토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2026.01.13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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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중과 한중관계의 전면적 복원
이재명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해 한중관계를 관리·발전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재확인하고,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을 공식화함으로써 1992년 수교 이후 축적된 호혜 협력의 성과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11월 경주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정치·경제·외교는 물론 문화콘텐츠와 인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제를 논의하며, 과거에 비해 한중 협력 의제를 크게 확장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약 9년 만에 성사된 정상급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더 나아가 11월 경주 APEC 정상회담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답방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는 사드(THAAD) 배치 이후 부침이 컸던 한중관계의 개선과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대중 외교' 출발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26년 새해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관례를 넘어, 급변하는 역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구상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정부 3년 동안 급격히 악화됐던 한중관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기조로 비교적 빠르게 복원 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이다. 2025년 6월 첫 한중 정상 간 통화, 11월 경주 APEC 정상회담, 그리고 2026년 1월 베이징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복원 로드맵은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시 중국 측 고위 인사인 인허쥔(陰和俊)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이 직접 영접한 사례는 중국이 한국을 단순한 경제 파트너를 넘어 중요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1.5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6년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시진핑 주석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밝히며,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우호 여론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회담을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계기"로 규정하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발전시키고,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평적이고 호혜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정치적 기반 공고화 ▲민생 중심 실질 협력 강화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 확대 ▲서해 안정 및 문화 교류 등 민감 현안의 안정적 관리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한중관계를 단순한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정치·외교·안보적 중요성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의 바다로 만들어 나가는데 공동의 인식을 같이하고 서해 구조물의 건설적 협의를 위해 2026년 차관급 한중 해양 경계획정 공식 회담 개최에 합의하였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가 맞물리면서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해 한중관계를 관리·발전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재확인하고,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을 공식화함으로써 1992년 수교 이후 축적된 호혜 협력의 성과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외교·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한동안 교류가 중단됐던 국방 당국 간 교류의 확대를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간 우호적 인적교류를 저해해 온 혐한·혐중 정서에 공동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청년·언론·지방·학술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수평적·호혜적 협력에 기초한 민생 중심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을 진전시키고, 서비스 시장 진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더불어 광물·공급망 협력과 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와 벤처·스타트업 분야를 한중 미래 협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는 데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대응이라는 공동과제에 대해 실버·의료·바이오·의약품·아동복지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도 주목된다.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의 '한국의 기술 제공중국의 대규모 생산'이라는 단선적 분업 구조를 넘어, 첨단기술 경쟁 환경 속에서 수평적 협력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향후 과제는 합의된 의제들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정례 협의체와 실무 채널을 통해 양국간 이행 로드맵과 성과지표(KPI)를 구체화하고, 민감 현안의 안정적 관리와 민생 체감 성과 창출을 병행하는 데 있다.
한편 이번 한중정상 회담의 초점이 경제·기술 협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해 구조물, 한한령, 핵추진 잠수함 등 민감 사안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정리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으며, 중국 역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모두 북한과 대화 재개 필요성을 확인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보다 창의적 방안 등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
향후 러우전쟁 장기화, 미·중 전략경쟁 격화, 중·일 갈등, 대만-한반도 문제 등으로 역내 정세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한중 간 실질 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더욱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일 갈등과 대만, 한반도 문제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된 틀을 넘어선 보다 창의적 접근이 요구된다. 작금의 복잡하고 어려운 외교-안보 현안들이 단기간 내 타결이 어려운 만큼, 과거 6자회담과 유사하되 변화된 대내외 환경을 반영한 역내 다자협의체 구상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6.01.09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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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술 날개 달고 비상하는 'K-헬스케어'
K-헬스케어는 수출 300억 달러 돌파 전망, 기술수출 세계 3위, 외국인 환자 급증 등으로 국가 핵심 산업으로 도약했다. 향후 성패는 디지털 헬스 전환을 환자·기업·정부가 함께 확산시키는 연결 전략과 제도 혁신 속도에 달려 있으며, 신뢰 기반 데이터 활용과 글로벌 확장 역량, 환자 중심 가치 실현이 중요하다.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
# 뇌졸중 이후 한쪽 시야가 흐려진 김 씨의 일상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길을 걷다 사람과 부딪히고, 식탁 위 물건을 자주 놓쳤지만 병원에서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던 중 의료진은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을 제안했다. 집에서 정해진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이었고, 몇 주가 지나자 김 씨는 일상의 불안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완전한 회복보다도 다시 삶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감각이 그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짧은 환자 경험은 오늘날 'K-헬스케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비드 브레인은 세계 최초로 뇌졸중 후 시야장애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로, 기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는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치료 중심의 의료가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건 타입의 디지털 무통마취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5.5.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6년 새해를 맞이한 'K-헬스케어' 산업은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예고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와 더불어 국가 대표 수출 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했고,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며 바이오제약 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의 비약적 성장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20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기술 거래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는 단순 제조를 넘어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서비스 분야의 성과 역시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60만 명(잠정치)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술 성공률과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첨단 의료기술이 결합되며 형성된 '신뢰'는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신뢰는 의료 시스템 수출과 '한국형 병원 모델' 확산으로 이어지는 한편, 국내 보건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구개발, 임상·품질, 규제·사업화 등 전문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확대되며,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K-헬스케어 산업 일자리는 약 15만 명 증가했다.
이제 K-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진단·치료·재활의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의료는 병원 중심에서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일부 성공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국제 병원의료산업 박람회(KHF 2024)'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지면보행 웨어러블 재활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환자에게는 여전히 접근성과 신뢰가 중요하다.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치료와 관리에 대한 불안, 기술에 대한 이해 격차는 해소돼야 할 과제다. 기업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허가·수가·시장 진입 구조 사이의 간극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 역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공공성과 혁신의 균형, 파편화된 정책의 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K-헬스케어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환자·기업·정부를 유기적으로 잇고, 공공성과 혁신을 결합하는 '연결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축적된 실제 임상 데이터와 높은 의료 접근성은 이러한 전략의 토대이며, 디지털 기술과 결합될 때 의료인력 부족과 의료격차, 고령화와 만성질환이라는 글로벌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먼저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 환경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삶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효과를 설명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에 특화된 유연한 제도 환경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주기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 체계와 AI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공공성과 혁신을 연결하며, 파편화된 정책을 통합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K-헬스케어는 이미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실행의 속도'다. 미국이 의료 AI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채택의 속도'로 문제를 정의하듯, K-헬스케어 역시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환자의 삶에서 출발해 기업의 혁신을 거쳐 공공의 가치로 완성될 때, 디지털 기술이라는 날개를 단 K-헬스케어는 'K'를 넘어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숨 쉬는 보편적 헬스케어로 자리 잡으리라 확신한다.
2026.01.08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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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전쟁, 대한민국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도글로벌 AI 투자 전쟁 가속화로 반도체 수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한국은 독보적인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자 우위'의 기회를 맞이했으나, 중국의 매서운 추격과 취약한 설계 생태계 등 구조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국가 반도체 연구소 설립과 인재 보상 체계 혁신을 주도하는 정교한 전략적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 경쟁은 유례없는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오픈AI는 최대 700조 원을 투자하는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2025년 143조 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2026년에도 110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AI 리더십 굳히기에 나섰다.
막대한 예산 투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 등 급격한 수요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 보인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자본의 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AI 기반 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공급의 병목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이도 증가에 따른 연구 개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 전문 '팹리스'로 전환함에 따라,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과 고사양 메모리 공급 능력을 갖춘 한국과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독보적으로 변했다. 테슬라는 삼성전자와의 장기 파운드리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향후 자체 생산까지 고려할 정도로 공급 병목 현상은 심각하다. 미국과 일본이 제조 생태계 부활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며 추격 중이나, 공정 안정화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공급자 우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6년 국내 반도체 소자 기업들의 합산 순이익이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은 우리 산업이 맞이한 거대한 기회를 상징한다.
우리 정부 또한 'AI G3' 도약과 'AI 시대 K-반도체 육성'을 위해 1000조 원을 웃도는 대대적인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은 2047년까지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360조 원)과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600조 원) 등 민간의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다.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총 33조 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투자 보조금을 신설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전용 팹리스 구축,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처럼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가 뒷받침되며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최근의 성과가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과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5nm급 공정을 개발하고 고사양 메모리 시장까지 침투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1% 수준인 팹리스 시장 점유율, 취약한 소부장 경쟁력, 인재 유출을 막기 힘든 임금 구조, 국가 반도체 연구소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다. 바로 지금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산적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근원적 산업경쟁력'을 확보할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적극적인 조정자로서 반도체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 간의 수직계열화 관행을 개선하고, 유망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산학연관 협업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초격차 미래반도체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가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처별로 흩어져있는 연구과제를 통합관리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나아가 과거 팹리스 지원 정책의 실패 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해 민관 공동 투자 모델을 넘어 실질적인 대기업-팹리스 협업 생태계 실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용 상생 파운드리와 트리니티팹의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대기업-팹리스-소부장 협업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 반도체 전쟁의 승패는 결국 최고급 인재 확보와 기술 보안에 달려 있다. 전문 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특허 보상과 스톡옵션 등 성과 보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장치 또한 더욱 촘촘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자를 넘어 전략적 사령탑으로 격상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방향에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제조 분야의 강점을 공고히 하면서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정교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2026.01.06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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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한중관계 재정립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한중관계 재정립을 통한 실질적인 관계 개선과 국익 중심의 협력 증진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중 간 영역별 구조적 도전요인들을 시진핑 주석의 '한중관계 신국면을 열기 위한 네 가지 제언'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2026년 대한민국 외교의 첫 정상급 행사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1월 4일~7일)이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방중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에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하여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지 약 6년여만의 일이다.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11년 만에 이루어진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이어 이번 이 대통령의 방중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임은 물론, 한중관계의 실질적인 개선과 협력 증진에 중요한 의미와 과제를 담고 있다.
먼저 이번 방중은 한중관계의 역사에서 주어진 관계 재정립의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역사는 발전기(1992-2000)와 조정기(2000-2016), 그리고 2016년에 발생한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 현안 이후 갈등기를 거쳐 왔다. 1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갈등기가 상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던 중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중국에게 관계 개선의 정치적 명분을 제공했다. 이어진 2025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의 개최는 양국관계가 재정립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공군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2026.1.4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한중관계의 도전요인과 대응
한중관계가 안정적으로 재정립되어 국익 중심의 상호 협력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주요 현안 별 다양한 구조적 도전요인들이 해소 또는 관리되어야 한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며 한중관계는 정치·외교 분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정치 체제, 그리고 이러한 가치와 체제를 바탕으로 한 양국 국민들 간 정체성의 차이가 도전요인들로 점차 부상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중국의 산업 구조가 변화하며 한중 경제 관계가 '상호 보완과 협력'에서 '경쟁' 구도로 전환됐다. 이에 더하여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으로 인해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중 간 경제 협력의 공간이 더욱 축소되었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의 강화 및 한미일 협력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증진시켜왔다. 반면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 및 미일동맹의 강화, 그리고 한미일 협력의 확대로 인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일 협력이 대북 억제력을 넘어 궁극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전략 기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최근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고 있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양국관계가 갈등기에 접어들며 교류가 감소한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 및 양국 국민들 사이에 단오절, 한복, 김치 등 연이은 문화적 논란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가지는 상대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해서 감소해 왔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한중 간 새로운 도전요인들이 부상했다. 예를 들어 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건설한 중국 구조물에 대한 논란이 나타났다. 또한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타이완 관련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한국에게 타이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 이 대통령 방중에 대한 제언
한국은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중을 위해 2025년 시진핑 주석이 방한 당시 직접 언급했던 '한중관계 신국면을 열기 위한 네 가지 제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제언들과 연계하여 한국은 한중 정례적인 고위급 전략대화 채널 유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및 산업공급망 안정, 장기적인 청소년 및 차세대 지도자 교류 강화,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증진,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공동 진출 등을 논의하며 양국 사이의 다양한 도전요인들을 해소 또는 관리해 나가야 한다.
또한 보여주기식 성과에 매달려 조급한 합의에 이르기 보다는 이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도 다양한 고위급 전략대화를 통해 주요 현안 별 한중 간 이견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논의의 과정을 거쳐 2026년 중국 선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정책적 결단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한중관계 재정립의 진정한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01.05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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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병오년 '붉은 말띠' 해…"모두 신나게 달리자"
2026년은 붉은색[赤]을 의미하는 10간의 병(丙)과 말[馬]을 상징하는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이다.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또한 병오년은 양(陽)의 기운이 강한 해이다. '힘차게 질주하는' 말처럼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병오년 해운[年運]이 기대된다.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학박사)
매년 정초가 되면 그 해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12지 띠동물의 의미나 상징을 알아보고 새해의 운수, 희망, 덕담으로 띠풀이를 한다.
60갑자에서 말띠 해는 갑오(甲午;靑;木), 병오(丙午;赤;火), 무오(戊午;黃;土), 경오(庚午;白;金), 임오(壬午;黑;水) 으로 순행한다. 2026년은 10간의 병(丙)과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이다. 병은 적(赤)이고, 불(火)이고, 남(南)이다. 오(午)는 말이고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는 양(陽)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설치된 새해 말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12.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힘차게 질주하는' 말[馬]처럼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병오년의 해운[年運]이 기대한다.
말을 탄 초인이 있어
한국인에게 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육사의 시 '광야'에 나오는 "백마 탄 초인이 있어"라고 생각한다. '말', '탄', '초인'의 세 단어가 한국 역사와 문화에서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말은 신성한 동물, 상서로운 동물이다. 말은 하늘의 사신, 나라를 세운 시조의 출현을 알리는 영물, 시대를 예지하는 신화적 신통력을 가진 존재이다. 말을 타고 오는 초인은 금와왕·혁거세·주몽 등 나라를 건국한 국조이자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었고, 시대의 선구자·영웅·장수·새신랑이다.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흰 백마(白馬), 두 마리의 쌍마(雙馬), 용과 같은 기상의 용마(龍馬)가 길하다. 천마는 몸에 빛나는 양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비상하면서 천상과 지상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
천마도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백마의 흰색은 광명 즉, 태양의 상징이요 남성의 원리이다. 백마는 신성, 서조, 위대함이라는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장가를 들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시대와 사회를 구원하는 것이다. 한 마리보다 두 마리의 쌍마는 더욱 힘차고 길하다. 이 시대를 구원하러 오는 애기장수가 태어날 때는 운명을 같이할 용마가 세상에 같이 나타난다.
우리는 말을 '탄[타는]' 민족이었다. 짐을 옮기거나 끌 때보다는 사람이 탈 때 주로 말을 이용했다. 말은 튼튼한 다리와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 말은 한 나라의 성쇠를 가르고 문명의 얼굴을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말을 타는 민족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 세계 문명사를 이끌었다. 말의 질주는 최적의 빠른 정보 전달자이다. 정보화 시대의 생명은 속도이다. 말을 탈 줄 아는 문화 유전자를 가진 우리 한민족은 현대 정보화 사회의 선구자이고 미래 세계사에서도 선두 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5세기 고구려 쌍영총 벽화에 그려진 말탄사람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말띠 타령은 이제 그만! 정보화 사회의 최적격, 말띠!!!
우리 조상들은 띠짐승의 습성을 그 띠 해에 태어난 사람의 운명과 결부시키는 습속이 있다. 말띠 해에는 유별나게 띠 타령이 심하다. 그래서 '말띠 여자 팔자는 세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이나 수집된 자료에는 이런 속신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말띠 왕비가 여럿 계신다. 그 시대의 왕실에서 사주팔자를 따질 줄 몰라서 말띠를 왕비로 간택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말띠의 고약한 속신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였다. 일본에서는 말해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어 여자가 시집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기 때문에 말띠 태생의 부인을 경원하는 습속이 있었다. 일본의 습속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확산된 것이다.
1966년 엄앵란과 신성일 주연의 말띠 신부라는 영화가 있다. 백말띠 딸을 낳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말띠 신부 3인방 부부는 출산을 앞두고 같은 병원에 모인다. 의사는 오히려 백말띠 딸을 낳으면 아이들 수가 적어 앞으로 입시와 취직에 유리하다고 말해준다는 내용이다.
"2006년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산다", "다음 해인 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난 아이들은 재물운을 타고 난다"고 하는 이상한 상술로 띠동물을 색깔별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굳이 색깔로 띠를 구분하면 정해년(丁亥年)은 황금 돼지띠가 아니라 붉은 돼지띠이다. 근거없는 이야기이다. 2006년은 예식업, 2007년은 출산용품 업계가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황금 돼지띠에 출산율이 높아 그 해 태어난 아이들은 유치원 입학부터 고생했다고 한다. 아마 대학, 취직할 때도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말은 강인한 생동감, 활력과 건강의 상징이다. 힘찬 질주의 속도는 정보화 사회의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성이다. 이제 말띠는 오히려 환영받는 띠다. 활력과 정열, 에너지를 가진 말띠다.
현대인들은 매일 명마를 타거나 입거나 신고 다닌다.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서소문동에 65년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마차의 통행이 금지되었고 차차 서울거리 곳곳이 우마차 통행금지 구역으로 정해지면서 마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 말은 사라졌지만 그 이미지만은 우리 주위에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건각과 활력의 말 이미지를 활용해서 상품의 이름으로, 상품의 광고로, 심지어는 스포츠 구단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 말은 생생하게 살아 달리고 있다.
말은 뛰는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말의 이미지는 건각(健脚), 즉 튼튼한 다리다. 그래서 말은 다리와 관계되는 신발, 교통·통신과 관계되는 자동차 이름으로 단골로 등장한다. 자동차 포니(pony)는 영어로 '예쁘고 귀여운 작은말'을 뜻하며 신차의 수려하고 매력적인 선의 흐름과 실용성을 상징한다.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로서 세계 곳곳을 달리는 '한국산 조랑말'의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말표신발 광고 (출처=부산박물관자료)
갤로퍼(GALLOPER)는 '질주하는 말'이라는 의미이다. 에쿠스(EQUUS)는 말의 학명이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신화에 나오는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 천마를 의미한다, 동양고속, 은마관광, 천마관광, 파발마 등은 말 상징을 이용한 여행사이다. 말표 고무신, 말표 운동화 , 말표 구두약은 말이 지니는 건각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이다. 현대인들은 아직도 매일 명마를 타거나 입거나 신고 다닌다. 말의 미래전설은 계속 된다. 말 달린다.
말(馬)! 말(言)하는 대로 이루는 새해 되소서
"말(馬)! 말(言)하는 대로 이루는 새해 되소서~~"라는 말띠 해에 '딱 맞는' 덕담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누구에게 복을 짓고 복을 비는 병오년 새해가 되시길 기원한다.
2025.12.31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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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진입한 K-할랄식품…중동으로 뻗어나가야
K-푸드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K-할랄식품이 유망 수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역할을 나눠 구축한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K-할랄식품은 글로벌 식품시장, 특히 중동을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성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지난 12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K-푸드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수출 21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5대 전략 가운데 '중동 등 유망시장 K-할랄인증 식품 진출 지원 강화'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을 K-푸드의 새로운 전략 무대로 삼겠다는 정책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수출시장 다변화를 넘어 K-푸드의 중장기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주UAE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할랄 K-푸드 홍보행사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되고 인증받은 식품을 의미하며,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은 2027년 약 1조 9,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 인구 증가와 함께 최근에는 건강과 위생,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비무슬림 소비자들까지 할랄식품을 선택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은 한류와 K-푸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품질과 신뢰를 강점으로 한 K-할랄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김치와 라면을 넘어 김밥, 떡볶이 등 다양한 품목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K-할랄식품 산업은 이제 도입기를 넘어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부·공공·민간 간 역할 분담과 상호연계에 기반한 지원 체계가 있다. 농식품부는 한국식품연구원을 통해 할랄 기준에 따른 원료 선정부터 제품 개발 및 개선, 인증 확보 등 수출 이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aT를 통해 현지 박람회 참가와 바이어 연계 등 해외시장 진출 단계까지 연계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
여기에 국내 할랄 인증기관들은 국제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확대하고, 한국식품연구원 할랄연구실과 협력하여 원료·공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함으로써 K-할랄식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 구조는 비무슬림 국가인 한국이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할랄식품 시장 진출 이후 수출액과 수출국이 확대된 기업 사례들이 나타나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국가별로 상이한 할랄 인증 기준이 수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인증기관 간 상호인정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비무슬림 국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검증에 기반한 신뢰 확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검증 체계는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K-할랄식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며 K-할랄식품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UAE는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 전반에 영향력을 갖는 전략적 거점으로, K-할랄식품의 중동 진출을 위한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는 이미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K-할랄식품은 K-푸드의 외연을 확장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민관이 각자의 역할을 바탕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K-할랄식품은 K-푸드가 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12.30
이현성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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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방산, 세계를 누비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K-방산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국내 주요 방산업체 수주잔고 100조 원을 돌파하게 되면서 200억 달러 달성도 기대된다. K-방산의 저력과 위상을 대내외적으로도 높이고 있는 데다가 이른바 '자유진영의 무기고'라는 명성의 찬사와 더불어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메이저 리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K-방산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촉발된 일종의 전쟁 특수를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K-방산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붙여질 정도로 건국 이래 역대급 초호황기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우-러 전쟁이 발발한 2022년 173억 달러,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5억 달러로 건국 이래 역대급 방산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올해는 국내 주요 방산업체 수주잔고 100조 원을 돌파하게 되면서 200억 달러 달성도 기대된다. K-방산의 저력과 위상을 대내외적으로도 높이고 있는 데다가 이른바 '자유진영의 무기고'라는 명성의 찬사와 더불어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메이저 리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202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2022년 폴란드와 초대형 수출 계약으로 K-방산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포함한 계약 규모는 약 20조 원에 달했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UWC 2025)'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해군 첨단 무기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2025.7.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K-방산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 나아가고 있는데,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필리핀이 기존 운용하던 한국산 FA-50의 성능에 만족을 표하면서 Block-20 개량형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1조 원 규모의 한국형 잠수함 도입도 구체화되어 논의 중이다.
폴란드 정부와 금융 지원 문제로 지연되던 K-2 전차 잔여 물량 180대에 대한 2차 계약이 마침내 성사되어 9조 원 규모의 이행계약이 체결됐는데,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폴란드 현지에서 K-2 전차 PL 기종 생산이 포함된 계약으로 유럽 내 한국 전차 생산 기지가 본격 가동됨을 알렸다.
베트남이 오랜 기간 의존해 온 러시아제 무기 대신 한국의 K-9 자주포를 선택하면서 3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사회주의권 국가에 한국산 주력 무기체계가 진출한 최초의 사례로 동남아 방산시장의 판도를 바꾼 역사적인 계약이 되겠다.
루마니아 정부도 지난해 K-9 자주포 도입에 이어 육군 주력 전차로 미국 에이브람스 대신 한국의 K-2 전차를 최종 낙점했다. 이로써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잇는 '나토(NATO) 동부전선'이 한국산 무기체계로 무장하는 K-방산의 벨트가 완성됐다.
최근에는 페루에 K-2 전차 54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지상 장비 총 195대를 공급에 합의하는 총괄합의서(Framework Agreement)가 체결됐는데, 수출 규모는 세부 협상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가 이행될 경우 중남미 지역 우리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K-방산의 성과와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살펴보면, 골드만삭스 투자그룹이 한국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유망기업 명단에 국내 1위 방산업체인 한화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방산수출 증가세는 전 세계 상위 10개국 중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치를 보이고 있으며, 장차 방산수출 세계 9위에서 4위까지 도약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최대 수혜가 K-방산과 K-조선으로 꼽히면서 집중적인 조명을 함께 받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무한경쟁이라는 추세에 발맞추어 K-방산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정부와 방산업계는 '원팀(One-Team)'이 되어 국제경쟁력 제고와 방산생태계 체질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국가 방위산업 고도화 추진이 요구되겠다.
현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113번 'K-방산 육성 및 획득체계 혁신을 통한 방산 4대 강국 진입' 추진을 통해 장차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방산수출에 있어 급격한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국방과 더불어 실용외교라는 가치 중심의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완성하겠다는 기치 아래 국가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전략산업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K-방산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전 세계를 누비게 되면서 눈부신 발전이 더욱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5.12.26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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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소프트파워화, AI가 여는 새로운 지평
K-컬처가 K-여행, K-음식, K-뷰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프트파워가 실현되고 있다한류는 30년을 넘어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소프트파워화하고 있는 한류의 미래는 정부와 대중문화 산업이 한류의 새로운 기반인 플랫폼과 AI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플랫폼 한류와 AI 한류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진달용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소프트파워는 최근 들어 북미대학생들의 학기 말 페이퍼(보고서)의 단골 소재가 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대학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대중문화, 아시아 사회와 미디어 등의 과목을 수강하는 많은 학생은 소프트파워를 하나의 핵심 주제로 선정, 학기 말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류의 인기가 북미와 유럽 등에서 지속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은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케이(K)-팝(pop)이나 드라마 등 개별 소재로 학기 말 페이퍼를 쓰고는 했다.
아직도 여러 학생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보고, 왜 K-pop 등이 인기가 있는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pink)의 인기는 어디서 기인하는 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기는 하다. 해가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소프트파워를 연구 주제로 선정하는 것은 한류의 인기뿐만 아니라 한류로 인한 국가의 이미지와 경제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전 하버드대학교의 조셉 나이(Joseph Nye) 교수가 발전시킨 이론으로, 군사력과 정치력 등 하드파워 대신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그리고 안정된 민주주의 등으로 구성되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대외 무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에 따른 경제적 상승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 9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 마련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 한 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3,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 등을 본 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여행 경상수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케데헌'에 나오는 남산타워, 북촌마을, 박물관, 그리고 명동 등을 여행하면서 맛 기행을 하고 뷰티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K-컬처가 K-여행, K-음식, K-뷰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프트파워가 실현되고 있다.
한류의 소프트파워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한류가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2~3년에 걸쳐 형성되지 않는다. 대중문화의 인기가 장기적으로, 발전적으로 진행될 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한류는 소프트파워의 주제로 선정될 만큼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시기적으로 영화가 주춤해도 K-pop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웹툰과 한국 대중문학이 새로운 동력원으로 등장하면서, 전체 한류 산업과 콘텐츠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어서다.
소프트파워로 성장한 한류에 대한 관심은 공공외교의 주역이 정부 등 공공 부분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만드는 대중문화 산업 등 사적 부분에서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류의 경우 정부는 물론, 대중문화 산업과 문화 생산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교포들과 많은 현지인들도 꼭 보고 들어야 하는 글로벌 대중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이 매년 주최하는 K-pop 경진대회에는 캐나다 현지인과 교포는 물론, 각 나라에서 캐나다로 유학 온 여러 나라의 학생들도 참여하는 국제무대가 되고 있다.
민간 부분의 역할도 크게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밴쿠버에서 열린 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전 특선이었다. 200석이 넘는 극장을 가득 메운 캐나다인들은 영화 상영 직후 열린 '봉준호 영화의 특징'에 대한 강연에도 그대로 남아서 한국 영화와 봉 감독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한류'에 대한 강연이 열렸을 때도 100명이 넘는 교민들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인 아들딸을 데리고 참석했다. 많은 교민들은 한류로 인해 한껏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자녀들과 함께 듣고 싶었다고 했다.
T1 선수들이 지난 15일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해 팬미팅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소프트파워로서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플랫폼과 AI 시대에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AI 한류 또는 플랫폼 한류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한류는 이미 e스포츠, 디지털 게임, 그리고 웹툰 등과 같은 디지털 한류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이제 한류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플랫폼을 통해 상영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플레이브(Plave) 같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르는 것에 관심을 두면서, 대중문화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는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파워를 공부하고 있다.
한류는 앞으로도 성장과 쇠퇴를 반복할 수 있다고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중소형 국가에서 발전된 초국가적 대중문화인 한류는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동시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영화, 멕시코와 브라질의 텔레노벨라(중남미의 드라마 장르), 그리고 일본의 애니매(만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들 국가는 한두 개의 대중문화만을 발전시키면서 연관된 대중문화와 산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제 한류는 30년을 넘어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소프트파워화하고 있는 한류의 미래는 정부와 대중문화 산업이 한류의 새로운 기반인 플랫폼과 AI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플랫폼 한류와 AI 한류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2025.12.23
진달용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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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략산업, 왜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로 지원해야 하는가
첨단전략산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하다. AI와 반도체와 같은 분야는 불확실성과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어,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민간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는 주목할 만하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의 중요성은 이제 새삼스러운 주제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 패권, 산업 주도권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미국은 이른바 'CHIPs 법'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390억 달러,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37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 정책 등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만 562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AI, 바이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형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지금 사실상의 산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왜 국가가 첨단전략산업을 이렇게 대규모 자금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국가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야지,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원칙적으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첨단전략산업처럼 국가의 장기적 존립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다른 경제학적 접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지프 스티글리츠, 대니 로드릭, 에릭 라인어트 등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에 회의를 드러내고, 정부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첨단전략산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하다. AI와 반도체와 같은 분야는 불확실성과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어,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민간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는 단순한 시장 보완자가 아니라, 기초 연구와 범용 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를 선도하고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먼저 부담하는 전략적 주체로 인식된다.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2025.12.1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주목받는 시각 중 하나는 국가가 미션(Mission)을 설정하고 그 수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핵심적 혁신의 상당 부분이 민간이 아니라 국가를 기원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폰을 구성하는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 음성 인식 등 핵심 기술 다수가 미국 국방부 등의 연구개발 투자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례다. 첨단 IT분야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초 연구의 60~75%는 공공자금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국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의 불확실성과 실패 위험을 떠안으며 기술의 씨앗을 키워 왔다. 이러한 선행 투자는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었다. 첨단전략산업 육성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국가가 미션을 설정하고 리스크를 감당하며 장기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국가가 위험을 부담한다면, 그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성과와 수익 역시 국가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감당하는 리스크와 투입되는 자금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나 이해관계자에게만 이익이 귀속되는 구조는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정책금융의 방향과 대상은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절차를 통해 결정되어야 하며, 단기 성과나 정치적 고려에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 과거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이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경험은, 동시에 그만큼의 책임과 숙고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함께 상기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는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산업은행 내 75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자금 75조 원을 결합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총 15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과 그 생태계 전반을 지원해 향후 20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국민성장펀드가 민간자금 참여의 마중물이 되어, 우리 경제의 자금 흐름이 부동산 투기나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생산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5.12.19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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