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올림픽과 월드컵이 대표적인데, 주제를 스포츠가 아닌 문화 혹은 산업의 영역으로 옮겨본다면 앞선 축제에 못지않게 큰 행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
오늘 기사의 주제는 세계 박람회라고도 불리는 '엑스포(EXPO)'에 관한 이야기다.
엑스포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엑스포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엑스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로 1800년대부터 시작되어 엑스포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행사다.
등록 엑스포는 1990년 이후 5년 주기로 개최되며 최대 6개월 동안 열린다.
엑스포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 누리집. 메인에 현재 개최 중인 2025간사이오사카 박람회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출처=국제박람회기구 누리집).
인정 엑스포는 앞선 등록 엑스포에 비해 규모가 작은 박람회로 등록 엑스포가 열리는 사이 개최되며, 최대 3개월 동안 지속된다.
등록 엑스포의 경우 전시 규모에 제한이 없지만, 인정 엑스포는 전시 규모와 주제에 제한이 있고, 전시관 역시 개최국이 건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 모두 이 인정 엑스포에 해당한다.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의 사진. 벌써 10년이 더 지난 그때 당시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는 아직 등록엑스포는 개최하지 못했고, 인정엑스포 2회를 개최한 바 있다.
대규모로 개최되며 국제박람회기구가 관여하는 세계 원예박람회 역시 엑스포로 분류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엑스포에 관한 설명을 길게 한 이유는 바로 올해 이웃 나라 일본에서 등록 엑스포가 열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012 여수 엑스포 당시 4개월 간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일본에서 엑스포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접한 이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개막 전부터 현지 언론을 통해 관련 정보를 찾아왔었다.
그러던 지난 4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갖춘 오사카 엑스포가 개막했다는 소식에 직접 오사카 엑스포 현장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오사카는 엑스포로 물들어있었다. 내가 체크인한 숙소에서도 엑스포의 마스코트인 먀쿠먀쿠가 숙박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직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전 등록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었다.
엑스포를 앞두고 빠른 입국을 위해 공항 내 동선에도 변화가 있었다.
공항 내외부에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이하 오사카 엑스포)' 관련 홍보물과 마스코트 먀쿠먀쿠가 가득했다.
재미있는 얼굴을 가진 먀쿠먀쿠는 세포와 물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생명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표현했다고 한다.
마스코트를 통해 살짝 엿본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엑스포가 친환경,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춰 조성되었으며, UN에서 요구하는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스포장이 위치한 곳이 유메시마라는 매립지 인공섬 위인 것을 보면 이번 엑스포에서 친환경적 요소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 역인 유메시마 역에 내리면 모든 사람이 한 곳으로 이동한다.
역은 이미 엑스포 분위기로 가득했다. 일부 언론의 흥행 부진 이야기와는 다르게 정말 많은 방문객이 엑스포장을 찾고 있었다.
메트로 유메시마 역에 내린 순간부터 엑스포는 시작된다.
수많은 인파가 향하는 곳을 향해 함께 이동하게 되는데 디스플레이 영상을 구경하고, 자원봉사자와 인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엑스포장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현장에서 느낀 엑스포의 열기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흔히 말하는 오픈런을 위해 개장 시간인 9시 전부터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고, 입장 대기 줄이 많이 줄어든 11시 이후에도 보안검사와 티켓 확인까지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다.
엑스포의 전시관은 그 국가와 기구에 관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전통과 현재, 미래 과학기술이 펼쳐진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은 엑스포의 가장 큰 재미다. 사진은 태국관의 외관이다.
엑스포의 매력을 이야기하라면 아무래도 전시관에 있다.
각 국가나 국제기구, 기업이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전시관은 외관부터 내부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최초 조직위원회는 엑스포를 준비하며 100% 사전 예약으로 진행해 줄 없는 엑스포로 운영하겠다고 이야기했으나, 현재는 당일 입장권 이용 및 현장 줄서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정적인 시간에 모든 전시관을 구경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 오사카 엑스포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가지 포인트에 맞춰 전시관을 즐겨보자.
우선 엑스포의 소주제에 맞춰 가장 흥미 있거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시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사카 엑스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관인 대한민국관. 정말 많은 사람이 대기하는 인기관 중 하나로 '마음을 모아'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했다.
각 전시관은 '생명을 구하다', '생명에 힘을 싣다', '생명을 잇다'라는 세 가지 소주제 중 하나를 바탕으로 꾸며졌는데, 각 전시관이 소주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관은 '생명을 잇다'라는 소주제를 바탕으로 국가관의 주제를 '마음을 모아(With Hearts)'로 정했고, 전시관의 주요 컨셉을 연결로 잡은 것이 포인트다.
만약 전시관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면 전시관의 주제를 보고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전시관을 선택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진보한 과학기술과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즐기는 것이다.
엑스포는 각 국가의 소리 없는 전쟁터로 불린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경우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우주'를 전시관의 주요 테마로 삼았고, 그밖에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 전시관, '우수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전시관 등 모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찾는 엑스포장, 그렇기에 전시관을 둘러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보통 이른 아침, 늦은 저녁에 대기 줄이 짧아지며 사전 예약을 통해 보다 편하게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미국관으로 미국의 현재와 미래 우주를 테마로 전시가 준비됐다.
마지막으로는 줄이 없는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이다.
물론 줄이 긴 전시관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엑스포를 즐길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서연(22, 대학생) 씨는 전시관 관람의 목표를, 엑스포를 통한 세계여행이라고 말하며 "각 국가의 전시관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어 한 전시관을 옮겨 다닐 때마다 새로운 국가로 떠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엑스포에서 최대한 많은 전시관을 돌아다닐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엑스포를 즐기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일본에서 진행되는 엑스포이기에 상대적으로 일본인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이웃 나라와 지구 반대편에서 넘어온 관람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기 동선에서 함께 줄을 기다리며 잡담하거나 전시관의 직원과 대화하면 나도 모르게 숨은 재미를 찾게 된다.
엑스포를 즐기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비록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손짓발짓으로 대화하다 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도, 지구촌 축제에 대한 즐거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전시관 입장을 기다리며 직원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됐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느 지역 사람인지 물어보던 일본인 직원은 자기도 서울에 종종 여행을 간다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비빔밥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 직원은 "한국의 음식과 문화는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이야기하며 일본 현지에도 즐거운 요소가 많으니 충분히 즐기다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이 된 오사카 엑스포의 그랜드 링. 아래에서는 비와 뜨거운 해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위로는 엑스포장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많은 인파에 지칠 때쯤 한적한 친환경 엑스포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엑스포장 중앙에 조성된 정원을 천천히 거닐거나, 한적한 곳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앙 정원에 머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엑스포의 상징인 그랜드 링 위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엑스포장을 내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참고로 그랜드 링 위에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으니, 그것을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엑스포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마지막은 '내셔널 데이, 스페셜 데이'를 체험하는 것이다.
엑스포에 참가하는 나라와 지역, 국제기관 등은 하루씩 내셔널 데이 혹은 스페셜 데이를 개최할 수 있다.
이는 말 그대로 해당 국가 혹은 기관만을 위한 특별한 날로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국가에 대한 홍보가 펼쳐진다.
엑스포 공식 누리집을 통해 내셔널 데이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5월 13일 화요일은 대한민국의 내셔널 데이로 지정되었고,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은 한국 주간으로 다양한 행사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오사카 엑스포 공식 누리집)
우리나라는 5월 13일 화요일을 한국의 내셔널 데이로 지정받은 상태다.
세계인이 한곳에 모이는 축제인 만큼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가유산청까지 다섯 개의 부처가 합동으로 한국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날 당일엔 조선통신사 행렬이 엑스포장 밖에서부터 내셔널 데이 홀까지 이어지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 예정이며, K-관광 이벤트와 K-pop 중심의 한국의 날 콘서트도 개최될 계획이다.
또 한국의 날인 13일부터 17일까지 총 5일간 '한국 주간'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 주간에는 코리아 온 스테이지 행사와 한국우수상품전, K-관광페스타와 관광벤처기업 쇼케이스가 펼쳐지고 K-food Fair도 함께 진행된다.
많은 사람이 찾는 엑스포인 만큼 전시관을 돌아보고 내셔널 데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하다. 실제로 양일간 엑스포를 즐긴 나조차 1/3조차도 관람하지 못했다.
각 부처는 한국의 날을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 기술을 알리는 다양한 관람 및 체험형 부대행사를 개최해 관람객이 한국관에 유입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한 문화 호감도를 향상이 국내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한국의 날과 한국 주간의 행사를 놓쳤더라도 아쉬워하지는 말자.
우리의 주요 공휴일에 맞춰 테마 위크 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엑스포 스테이지에서 어린이 체험 행사를 진행했고, 오는 10월 4~5일 양일간은 한가위 놀이 및 음식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오사카에서 엑스포 관련 홍보물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5 엑스포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진행된다. 만약 기간 중 간사이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엑스포장 방문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엑스포를 즐기는 것이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등록 엑스포는 5년마다 한 번씩만 개최되고, 다음 등록 엑스포는 203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열려 엑스포를 즐기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수한 과학기술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가 가득한 엑스포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엑스포 기간 중 오사카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엑스포장에 찾아 각 국가의 매력과 친환경 엑스포의 재미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엑스포장의 작은 우리나라, 한국관을 즐기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재미일 것이다.
다음 기획 기사는 우리나라의 자랑 '한국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한국관은 어떻게 꾸며졌는지, 한국관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서포터즈와 한국관의 관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다음 기사로 넘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