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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결정의 배경]한 미·신뢰 쌓아 북핵 평화적 해결
이라크전 파병안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지루하게 전개되던 파병논쟁에 일단락을 지었다.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파병안을 의결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한 지 12일 만에 통과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파병문제를 둘러 싸고 격렬한 진통을 거듭했다. 파병 찬반의 여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전원, 시민 단체,일반시민들이 모두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해왔다. 파병안 표결이 처리되는 동안에도 국회의사당 밖에는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 체와 노조의 목소리가 높있다.
표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파병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간곡히 호소했다. 이미 두 차례나 국회 본회의가 연기된 마딩에 또다시 파병 동의가 미뤄진다면,국론 분열은 더욱 심화하고 ‘전략적 선택’으로서의 국익도 놓쳐 ‘게도 구럭도 잃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 경제 측면에서 두 가지 절박한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한반도 전쟁 방지와 북핵 문제의 평회적 해결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단안이라는 점이다.
명분보다국제현실 선택
누구보다도 명분을 중시해온 정치인으로서 정치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명분을 선택해온 자신이 ‘파병 결정’이라는 현실적 선택을 하게 된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당선자 시절 미국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긴장 국면을 예로 들면서, 당시 한반도 전쟁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밝힌 배경도, 한·미 공조를 강조해온 것도, 이라크 파병 결정을 하게된 것도,모두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전쟁을 막으려는 결단의 연속이었음을 토로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 그 누구도 대북 공격 가능성을 밀하지 않고,오히려 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도 없을 것이며,우리와 합의가 없는 한 미국은 북핵 문제를 일방 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병 결정의 또 다른 이유로 노 대통령은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을 들었다. 외국 투자자들이 파병 반대로 빚어질 한·미 관계의 균열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은 내 생각과는 달리 (한반도의) 전쟁의 위험성 보다는 한·미 관계의 갈등을 더 큰불 안요소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파병 결정이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성숙한 민주주의 큰 경험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 이라크전의 여파, 북핵 문제, 국내 투자·소비 심리 위축 등 국내외적 여건이 매우 불안한 최근의 경제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마저 고조될 경우 경제적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것임을 우려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파병 동의안이 가결됨으로써 수주일 내에 600명 이내의 건설 공병단과 100명의 의료지원단이 이라크 현지로 떠나게 됐다.
국회 통과 시점까지 보름동안 우리 사회는 격렬한 논쟁에 휩싸여 왔다. 그러나 그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뜨거운 경험이기도 하다. 국회는 국회대로 최초로 여야 전원위원회 를 열어 국가적 현안에 대해 진지한 찬반토론을 했고,개인과 시민단체도 강렬 하게 찬반 의견을 개진해 역동적인 ‘여론의 힘’을 보여주었다. 찬반 양대 진영이 상대의 이념과 판단을 존중하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 사회의 성과라 할 것이다.